본문 바로가기

[무비] 잭형 오늘 뭐볼까?

토르 러브 앤 썬더 망치에 내가 맞고 싶다.

'토르 러브 앤 썬더' 포스터 / 사진= 월드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출처

 

토르 러브 앤 썬더 소개

토르 시리즈엔 가 있다. 솔로 영화와 어벤져스 시리즈로 차근차근 자신만의 이야기를 쌓아 올려 가던 영웅들이 자신과 맞는 감독까지 발견해 드디어 최대한의 잠재력을 발휘하는 영화다. 덕분에 시리즈 최고작으로 어렵지 않게 꼽힌 이후 타이카 와이티티가 그대로 돌아왔으니,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이다. 하지만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장점이나 신선한 요소보다는 그동안 답습해온 MCU의 클리셰나 매너리즘이 더욱 도드라진다. '토르: 라그나로크'의 흥행 성공을 의식한 듯, 이번 편에서도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MCU 스타일의 B급 유머를 대거 포진시켰다. 그러나 전작과는 달리, '러브 앤 썬더'에선 마치 대충 여기서 웃음 포인트를 넣으면 웃기겠다는 안일함으로 얼기설기 짜깁기했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스토리

어벤져스 사건 이후 이너 피스를 위해 자아 찾기 여정을 떠난 천둥의 신 토르. 묘한 괴수들과 마주치며 여러 가지 모험하듯이, MCU 속 토르는 우주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외계 종족과 만나고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크고 작은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이런 와중에, 자신이 모시던 신에게 철저하게 버림받아 모든 아끼던 존재를 잃고, 그런데도 마지막까지 숭배했던 신에게 조롱 및 멸시까지 받고 난 후 전설 속 무기 네크로소드의 힘을 얻어 우주의 모든 신들을 몰살하려는 도살자 고르의 등장으로 토르의 안식년 계획은 산산이 조각나고 만다. 새로운 위협에 맞서기 위해 팀을 꾸리던 토르 앞에 옛 연인 제인이 묠니르를 들고 나타나고, 그렇게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한 우주적 스케일의 모험이 시작된다.

토르 러브 앤 썬더 에피소드

여느 슈퍼히어로 영화의, 여느 마블 솔로 영화의 전개를 그대로 따른다. 우리 주인공의 이야기는 세계관을 관통하고, 새로 등장한 악당의 이야기는 해당 영화에만 존재한다. 토르, 발키리, 제인 등의 구면들은 모두가 이미 알고 있으니 새로 등장하는 악당 쪽에 스포트라이트를 주면서 시작해야 한다. 그 때문에 영화의 중심을 여는 얼굴은 크리스 헴스워스가 아니라 크리스천 베일이다. 제우스 역에 무려 러셀 크로우라는 명배우를 캐스팅했지만, 도무지 이 배우가 왜 여기에 나와서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지 살짝 안쓰러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빌런으로 출연한 크리스천 베일이 혼란스러운 서사 속에서 그나마 존재감을 보여주지만 어디까지나 배우 개인의 역량일 뿐 연출력과는 무관하다. 그러고 보니 다 가장 확실하게 증명한 건 크리스천 베일이라는 배우의 능력치다.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 너무 많아서 그사이의 연결고리는 힘이 없다. 토르가 된 제인, 시장이 된 발키리, 뉴 아스가르드, 옴니포턴스 시티, 하다못해 코르그의 사랑까지 봐야 하니 갈 길이 너무 바쁘다. 제아무리 마법과 초능력을 바탕으로 한 판타지 세계관이라지만 그냥 설정이 그렇다는 식으로 얼렁뚱땅 넘어가니, 에서 캡틴 아메리카가 묠니르를 들었던 순간의 무게감이 한순간에 무색하다.

잭형의 총정리

'라그나로크' 이후 본격 개그 캐릭터로 활약 중인 토르는 이번에도 개그를 뽐내지만, 이번 편에서 서사가 빈약하다 보니 크게 와닿진 않는다. 현 무기 스톰 브레이커와 전 무기 묠니르의 묘한 관계도 생각만큼 웃음을 유발하진 않는다. 공허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영화 부제처럼 '사랑'을 외치지만 감흥이 없다. 토르보다 더 비중을 둔 제인의 마이티 토르 변신은 제법 흥미로웠으나, 예고편을 보고 느꼈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단점 투성이인 '토르: 러브 앤 썬더'를 혼자 해결하는 건 빌런 고르 역을 맡은 크리스천 베일이다. 가볍고 유머로 가득한 캐릭터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정통극으로 승부하는 그는 절절한 부성애를 가진 사연 있는 빌런으로 열연을 펼치며 산만해진 영화의 몰입도를 부여잡는다.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헬라를 분한 케이트 블란쳇에 버금가는 임팩트다. 결정적으로 에는 우리가 마블 영화에 환호했던 ‘흥분’이 빠져있다. 인상적인 액션 시퀀스가 부재한 데다가, 새로운 전진 없이 의무방어전만 한 까닭이다. 토르가 큰형님으로서 향후 MCU 안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 것인가에 대한 기대감이 딱히 생기지 않는 것도 뼈아프다. 이것은 ‘페이즈 4’에 들어 지속해서 발견되는 결함이기도 한데, 캐릭터들 매력이 딱히 잡히지 않다 보니 이들이 뭉쳐서 활약하는 향후 그림에 대한 설렘이 좀처럼 일지 않는다. 잭형은 6/10점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