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1970 소개
유하 감독의 작품을 보면 폭력과 누아르 성격이 강한 작품은 2002년 [비열한 거리] 이후론 없었는데 느닷없이 7년 만인 2014년 [강남 1970]으로 영화계에 돌아왔습니다. 어두운 분위기에 조폭이 등장해서 폭력을 사용하며 우정과 배신 등을 그린 작품이 [강남 1970]이었기에,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 유하 감독이 가장 잘하는 장르라는 생각에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개인적으로 컸었던 것은 사실이다. 유하 감독은 영화 장르를 잘 살린다. 누아르 영화라 해서 정말 그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을 까? 그렇지 않다. 건달 나오고 패싸움 나오고 멋진 어깨 형님들만 나오면 누아르가 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 건달영화 보러 가서 양아치나 멜로영화 주인공을 만나고 올 때가 생각보다 다반사다. 하지만 유하 감독이 내건 장르는 무엇이 되었든 믿고 볼 수 있다.
강남 1970 스토리
영화의 배경 속 1970년경 강남은 논밭이었다. 한강 강변에서 빨래하고 물고기를 잡던 그 시절로부터 고작 50년 정도 시간이 흘렀고, 이러한 격변을 몸으로 느끼고 있는 산증인들이 내 부모님 세대이다. 영화에선 1970년 ‘남서울개발계획’을 통해 강남으로 중요 시설들이 이전한다는 ‘내부 정보’를 가진 자들이 농사짓는 거주민들에게 강남땅들을 싼값에 매입하기 시작한다. 고위 관료와 조직폭력배들이 얽혀 저마다의 이익을 위해 판에 뛰어들고, 그 과정에서 욕망의 땅 강남을 사이에 두고 일상적인 폭력, 배신, 살인들이 일어난다. 이는 흡사 전쟁터처럼 느껴진다. 주인공들은 더 이상 가난해지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땅을 산다. 어쨌든 모두의 목적은 하나다. 땅을 통해 부를 얻는 것. 대한민국에서는 서울, 특히 강남의 땅과 아파트는 곧 부의 창출로 이어진다는 믿음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현실이기도 하다. 영화를 보고 가슴 한쪽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이것은 1970년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알고 있지만 이에 대해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바꿔나가야 하는 건지 막막함을 느끼게 된다. 1970년대 땅과 돈에 취해 타락한 욕망이 꿈틀거리는 강남을 배경으로 영화는 낭자한 폭력과 선명한 피를 여과 없이 보여준다. 넝마주이로 함께 껴안고 잘 작은 공간이 필요했던 그들은 이제 돈과 땅의 노예가 되어 그 끝을 알 수 없는 잔인한 탐욕의 종점으로 달려가고 그들의 우정과 사랑도 결국엔 이용당한 후 폐기 처리되어 파멸하는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강남 1970 에피소드
당시 박정희 정권은 1971년 당시 야당 대표였던 40대 김대중과의 대선을 앞두고 있었는데 이 선거에 이겨야만 72년 영구집권을 위한 유신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 선거의 승리에 사활을 건다. 그래서 정부는 대선 자금 마련을 위해 강남 개발 투기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당시 정보, 수사를 위한 행정기관인 중앙정보부(지금의 국정원)가 본연의 기능보다는 정권을 위한 공작 정치를 주 업무로 하고 있었는데, 중앙정보부 부장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할 정도로 그 권력이 대단했다. 영화에 나오는 중앙정보부 김 부장과 당시 여당인 공화당의 실세는 서울 지도에서 매직으로 대강 직직 그어 구획을 나눈 후 본격적인 토지 매입을 시작한다. 공화당에서 나온 정치 자금으로 서울시 관계자 등이 강남 일대의 빈 땅을 사 모은 후 서울시는 시기에 맞춰서 1970년 남서울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땅값이 몇백 배로 뛰어오른다. 시세차익으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대선자금이 청와대에 상납 되고 이런 식으로 대선 정치 자금을 부동산 투기로 충당한다. 이에 맞추어 건설사들 또한 정권에 정치자금을 상납하고 투기 붐을 이용하여 많은 돈을 벌고 훗날 재벌의 길을 걷게 된다.
잭형의 총정리
강남 개발로 촉발된 부동산 투기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수십년간 학습되고 각인된 우리의 팔다리를 묶고 있는 끊어지지 않는 끈질긴 굴레와 같다. 하지만 살기 위한 서민의 몸부림을 그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은 기회주의자의 피가 흐르고 있는 잭형 또한 위선으로 포장하고 적당히 이기적으로 때로는 영악하게 살고 있다. 우리는 1970년에서 크게 나아지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우리 사회는 사회 구조적으로 내부 정보를 이용한 투기를 ‘부동산’을 통하여 부를 축적하는 구조를 개선하고, 열악한 환경에 살아가는 이들을 위한 주거권 보장을 하는 등 해결해야 할 수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있다.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지 아이들과도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0년 뒤 지금의 사태를 돌아보며 왜 또다시 반복되고 있느냐고 질문하지 않기 위해서, 우리 사회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 순진한 믿음이 아닌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냉철할 필요가 있다. 잭형은 이형화를 7/10점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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